70대 이주민 A씨가 한국이주인권센터를 찾아왔다. 그의 고향은 예멘이다. 살던 지역이 전쟁으로 파괴돼 4년 전 아들과 함께 한국으로 와 난민신청을 했다. 2년 전에는 부인과 다른 자식들도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런데 법무부는 난민 불인정을 결정했다. A씨는 이의신청 기간을 놓쳐 행정소송을 했다. 당시 A씨에게 도움을 주는 이는 없었다. 한국인도 법률가의 도움 없이는 하기 힘든 행정소송을 혼자서 했다.

물론 제대로 했을 리 만무하다. 내가 나중에 본 당시 소송 자료들은 기가 막혔다. 양식에 이름만 적어 넣은 수준이었다. 결국 법원에서도 난민이라고 인정받을 수 없었다.

예멘은 지금 전쟁으로 인해 모든 공항이 폐쇄돼있다. 그러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소송이 끝났다며 한 달 기한을 주고 출국 명령을 내렸다.

돌아갈 수가 없는 A씨는 다시 난민신청을 했다. 난민신청을 접수한 출입국관리사무소 난민과에서는 A씨에게 사범과가 있는 4층으로 가라고 했고, 4층 사범과에서는 A씨가 찾아온 이유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1층 체류관리과로 가라고 했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가라는 대로 갈 뿐이었다.

2016년부터 출입국관리사무소 체류 관리업무는 전면 예약제로 바뀌었다. 모든 이주민은 비자 신청이나 비자 연장을 하러 갈 때 예약해야만 한다.

체류관리과는 A씨에게 다음 방문을 예약하게 했다. 그런데 출국 명령 만료일 전까지 예약이 꽉 차있었다. 만료일을 얘기하며 괜찮으냐고 물었는데 괜찮다고 가장 빠른 날로 예약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예약 일에 체류관리과에 방문했더니 4층 사범과로 보냈다. 사범과에서는 출국 명령 기한이 지났다며 A씨를 억류했다. A씨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선 아랍어 통역을 지원하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서류들에 사인하라고 다그쳤다는데, 나중에 내가 확인해보니 긴급보호명령서와 강제퇴거명령서였다.

그 후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고령과 질환을 이유로 보증금 300만원을 예치 받고 보호 일시해제 처분을 내렸다.

보호 일시해제는 말 그대로 일시적 처분이다. 언제 다시 강제퇴거명령이 집행될지 모르고, 한 달에 한 번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확인받아야한다.

A씨가 우리 센터를 방문한 때는 보호 일시해제를 받고난 이후다. 우리는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경위가 부당하다고 호소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보호 일시해제를 받은 것만으로도 엄청 배려해준 거라고 했다.

결국 공익재단법인 등의 지원으로 행정소송을 했다. 강제퇴거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집행정지 판결이 나서야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강제퇴거명령을 취소했다.

A씨의 사건은 다행히 해결됐지만,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조사 과정에 통역원이 배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주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다.

또한 이주민들에게 한국 법률의 문턱은 너무 높다. 그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없어 억울한 처분을 감당해야했던 이주민은 숱하게 많다. A씨의 사건이 해결됐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다.

*이 글은 박정형 활동가가 2018년 4월 17일 시사인천에 기재한 글입니다. 출처 : 시사인천(http://www.isis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