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청을 한 후 인도적 체류 자격을 받은 이들이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고초를 겪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이들에게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이 지면에서 한 바 있다. 이번엔 난민신청자의 가족 중 한 사람이 건강보험에 가입시켜주는 직장을 찾았을 경우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일반적이라면, 이제 모든 가족이 건강보험 피보험자로 등록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난민신청자 가족은 그렇지 않다.

임신한 시리아 난민신청자가 있다. 남편은 시리아로 들어가면 전쟁에 징집당해야 하기에 한국에 난민신청을 했다. 이들은 시리아에 들어갈 수 없어 터키에서 결혼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남편은 다행히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았다. 남편은 임신한 아내의 검사와 진료를 위해 아내를 피보험자 자격으로 등록하려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벽에 부딪혔다. 건강보험공단이 국가가 공인한 6개월 이내에 발급된 결혼증명서류를 가져오라고 한 것이다. 시리아에 들어갈 수 없고, 한국엔 시리아 대사관이 없다. 일본에 시리아 대사관이 있지만 우편으로 서류를 보내고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결혼을 증명할 서류를 대사관이 발급하지 않는다. 대사관에 해결방법을 요청하더라도 대사관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줄 수 있을지, 보낸 서류를 다시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문화도 다르다. 아랍권에선 남녀가 자유롭게 만나기 어렵다. 결혼을 계약해야 본격적으로 교제할 수 있고, 결혼계약은 사원이나 마을 단체의 확인을 받는다. 결혼식을 하면 같이 살고, 아이를 낳으면 그때서야 국가에 가족으로 등록한다. 도저히 시리아 정부가 발행한 결혼증명서류를 한국에서 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국가 시스템이 있고 예외적 상황을 모두 다 받아줄 수는 없다는 수화기 너머 건강보험공단 직원의 말이 야속했지만, 시스템의 원칙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더 찾아보니,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건강보험 피보험자로 인정해주고 있다. 서류도 간단하다. 증인 두 명이 사실혼 관계에 있다는 신우보증서를 작성하고, 당사자들 각자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몇 가지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다시 건강보험공단에 외국인도 사실혼에 해당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외국인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인도적 체류자의 자녀가 건강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얻는 것도 어렵다. 예맨 출신 한 부부는 피난하다가 말레이시아에서 아이를 낳았고, 그곳에서 아이 출생증명서를 발급 받았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아이를 또 낳아 병원에서 출생증명서를 발급 받았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 인천서부지사는 이 아이들을 건강보험 피보험자로 등록해주지 않았다. 무조건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건강보험공단 본부에 문의했을 땐, 아이들이 피보험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그렇게 시스템의 원칙을 강조하며 예외를 봐줄 수 없다는 이 건강보험 시스템엔 일관성이 없다. 심지어 담당자마다 해석이 달라 우왕좌왕하는 동안, 의료 시스템을 이용해야하는 인도적 체류자들은 애가 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이 글은 박정형 활동가가 2018년 5월 28일 시사인천에 기재한 글입니다. 출처 : 시사인천(http://www.isisa.net)